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여당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기본소득을 정강정책에 올림으로써 기본소득이 더욱더 관심을 끌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긴 기본소득이 주로 야당, 그것도 집권 가능성이 낮은 야당에서 주로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아직은 진정성이 의심되긴 합니다.

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봐도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 기본소득 주장을 슬며시 철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기본소득이 표를 얻는 데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 실현이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의미겠죠.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 보듯이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닥치면 기본소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입니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앞으로 기본적인 생계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의 성격입니다.

앞으로 신자유주의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부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기본적인 생계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 큽니다.

이 경우 사회적 불안이 커질 염려도 있고, 수요의 감소로 경제에 큰 타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타당성은 이런 사회적 불안을 감소시키고,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 얘기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바로 이런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의 지급의 타당성은 기업 특히 자본이 얻는 이득이 사회 전반의 기여가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애플의 제품이긴 하지만 공공의 자금이 들어간 스마트폰 기술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아이폰이 활용하는 인터넷과 시리 기술은 미 국방부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 GPS 기술은 미 해군, 터치스크린 기술은 CIA의 지원으로 개발됐습니다.

공공의 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애플이 세금을 내는 이상의 돈을 사회에 내놓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조직의 의사 결정에 대한 연구로 1978년 노벨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스스로에 대해 후하게 판단할 경우, 나는 우리의 소득 중 5분의 1 정도만 정말로 우리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우리가 방대한 물리적 자본과 심지어 이보다 더 방대한, 모든 이의 지식, 조직상의 노하우 등을 포함한 지적 자본이 축적되어 있는 거대한 생산적인 사회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덕분에 누리는 것이다.”

요즘 기본소득의 실현 방안에 대해 연구하는 논문이 많지만, 실제로 ‘이거다’라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핀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을 시행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논의는 무성한데 결론은 계속 미뤄지는 현상이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기본소득이 앞으로 닥칠 인공지능 시대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궁극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공허한 학술적인 연구와 정치적인 논의만 할 게 아니라, 부족하더라고 실제적인 실현 가능성 타진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일부 지역 또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실험이라도 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특정 지역을 선정해서 수년에 걸쳐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예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청년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이들의 경우에는 비슷한 또래들이 받고 있는 무상교육과 대학 지원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셈이니까 공평성의 문제도 해결되는 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