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도덕에 대하여 알아보기

*법과 도덕

법과 도덕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철학의 문제로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법과 도덕은 모두 인간 행위의 기준으로서 사회규범에 속한다. 초기 인간사회에서는 법과 도덕은 하나의 규범으로 혼합되어 있었다. 그런데 홉스가 수천 년 동안 제기된 올바른 행위의 내용에 대한 질문과 관련하여 자연법을 도외시하고 법의 현실성 요소를 밝혀내면서 법과 윤리, 자연법과 실정법의 차이는 더욱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푸 펜도 로프는 자연법과 도덕 신학을 구별함으로써 명확하게 합법성과 도덕성을 구분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연법은 인간 간의 외적 행위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도덕 신학은 내적 행위를 탐구하여, 외적으로는 합법적이지만 나쁜 마음으로 행한 행동을 비판한다. 이에 따라 내적인 의무와 단순한 외적 강제는 구별된다. 도덕과는 달리 법에서는 행위와 관련하여 심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1. 법과 도덕의 구별 기준

법과 도덕을 구별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그러한 기준들로는 외면성과 내면성, 합법성과 도덕성, 타율성과 자율성, 외적 의무와 내적 구속, 필연과 당위, 등을 들 수 있다. 그 가운데 의미 있고 결정적인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외면성과 내면성

푸펜도르프의 제자인 토마지우스는 최초로 법과 도덕의 구별 문제를 제기하고, 이어서 칸트가 푸펜도르프의 구별 방식을 승계하여 법과 도덕을 구별하였다. 토지 마우스는 법과 도덕을 명확하게 구별한다. 이러한 구별은 모든 이후의 법이론, 특히 법실증주의는 물론 칸트 법이론의 공동재산이 되었다. 도덕성은 인간의 내적 삶을 벗어나지 못함에 반하여, 법은 반대로 외면적이다. 토지 마우스에 있어서 법, 즉 진정한 법효력을 가진 법은 국가 안에서 주권을 가진 통치자에 의해 결정되고 제정된 바로 그 법, 실정법이다. 법은 타인의 법적 이익의 침해를 금지함으로써 국가 내에서 사람들 사이의 외적인 평화를 지원하는 데 기여한다. 그것은 오직 외적인 행동 의무만을 부과하고 국가의 주권자는 외적 제재 수단으로 법을 집행한다. 그는 도덕과 신앙의 영역을 국가의 통제에서 제외하고자 하였다. 내적 의무를 외적 의무와 분리하지 않고 전자만을 거의 유일한 의무로 간주한 것은 선배들의 잘못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의무를 구분하지 않고서는 법, 윤리, 관습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한다. 토지 마우스는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인간이 내적 의무와 도덕 및 예절의 규칙에 따라 행한 것은 보통 덕에 의해 조종된다. 따라서 인간이 덕이 있다고 하지, 정당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법의 규정에 따라 또는 외적 의무로부터 한 것은 정의에 의하여 인도되며 그러한 행위 때문에 정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외적인 강제가 법 의무의 본질적 요소라고 한다면 자연법은 필연적으로 법적 성질을 상실하게 된다. 그는 “그래서 자연법과 실정법, 신법과 인정법이 같은 종류라는 생각을 경계하라. 자연법과 신법은 명령보다는 오히려 충고에 속하고, 반면 본디 의미의 인정법은 오직 명령규범과 관련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

-합법성과 도덕성

푸펜도르프와 마찬가지로 칸트도 법과 윤리를 의무의 내용 또는 의무 부과 방식에 따라 구별하지는 않는다. 의무의 이행을 명하는 점에서 법과 도덕은 다를 바가 없고, 법적 의무는 도덕적 의무로부터 파생된 것이긴 하나 도덕이 의무이행의 내면적 동기를 직접 중시하지만, 법은 동기 같은 것은 묻지 않고 오직 행위가 외면적으로만 의무에 합치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칸트는 법과 윤리는 오히려 법은 그 명한 바를 준수함으로써 합법성으로 만족해야 하는 반면, 윤리는 외적인 준수뿐만 아니라 도덕성도, 즉 의무를 위한 행위도 요구해야 한다는 것으로써 구별된다고 한다. 도덕성은 행위가 도덕률에 근거를 둔 의무 관념이 동기가 되어 행하여졌을 때는 인정된다. 반면 합법성은 동기를 불문하고 우선 행위가 외면적으로 법칙에 일치하기만 하면 인정된다. 행위의 단순한 합법성은 강제의 수단으로 실현될 수 있지만 강제된 도덕은 참된 도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도덕성에는 강제성이 포함되지 않는다.

-강제성과 비강제성

그밖에 법과 도덕의 구별 기준으로는 법의 강제성과 도덕의 비강제성을 들 수 있다. 켈젠은 법과 도덕은 그 규범의 창설은 물론 그 적용과 관련해서도 본질적으로 구별될 수 없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법규범과 마찬가지로 도덕규범도 관습과 의식적 제정을 통하여 창설된다.

켈젠은 법과 도덕의 구별은 두 사회질서가 무엇을 명령하거나 금지하는 것에서 인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인간 행위를 어떻게 명령하고 금지하느냐는 데에서만 인식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법을 강제 질서로서, 다시 말하면 반대되는 행위에 사회적으로 조직된 강제 행위를 결부시킴으로써 명령한 행위를 유발하려는 규범적 질서로 파악할 때는 법과 도덕은 본질적으로 구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도덕은 이러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회질서, 즉 그 제재가 단지 규범에 일치하는 행위를 인정하고 규범에 반하는 행위는 인정하지 않는 기능을 하는 질서라는 것이다.

-절충설

하트는 법과 도덕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첫째, 양자 모두 유사한 어휘를 사용하고 있다. 법과 도덕은 권리, 의무, 의무 부과 및 그와 연관 있는 모든 것들을 언급하고 있다. 둘째, 법과 도덕의 명령은 내용상으로 중복된다. 셋째, 두 영역에서는 규범의 준수가 자명한 의무로 간주하고 칭찬받을 만한 덕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법과 도덕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고 한다. 첫째, 법규범은 권한 있는 사람에 의하여 의사결정을 통해 계획적으로 도입하거나 변경할 수 있지만 도덕규범은 이러한 방법으로 도입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둘째, 법규범은 인간의 관찰 가능한 외적 행위와 관련이 있지만 도덕규범은 행위 동기와 관련이 있다. 셋째, 법규범의 전형적 강제 형태는 조직된 강제이다. 반면 도덕규범의 강제 형식은 비난 또는 부동의의 표현, 사회적 경멸의 형식과 같은 무형의 제재로 나타나는 사회적 압박이다.

by 포레스트 더업 2024.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