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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광욱 작성일 2011-02-01
제목 근심은 알고 보면 허수아비다 조회수 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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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br>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br><br>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br>필연적으로 마주칠 <br>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br>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br>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br><br>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 <br><br>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br>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br><br>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br>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이래로 <br>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br>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br><br>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br>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br><br>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br>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br><br>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br>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br><br>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br>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br>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br><br>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br>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br>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br>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br><br>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br>시간은 흐른다. <br><br>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br>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br><br>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br>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br><br>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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